
편의점 문이 열리고,
낡은 모자와 해진 옷차림의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손에는 구겨진 폐지 뭉치와 비닐봉지에 담긴 빈 병들이 가득했다.
그분의 손등은 햇볕에 그을려 거칠었고,
팔에는 땀방울이 굵게 맺혀 있었다.
그 무게는 가벼울지 몰라도,
그 걸음에는 세월과 하루하루의 무게가 짙게 묻어 있었다.
편의점 카운터에 봉지를 올려놓자,
점원이 무표정하게 병과 캔을 세기 시작했다.
몇 초 후,
“1,280원입니다.”
짧은 말과 함께 건네진 천 원짜리 한 장과 동전 몇 개.
그 순간, 나는 아이스크림 코너 앞에 서 있었다.
2+1 행사로 9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나를 덮쳤다.
‘나는 지금 돈도 안 벌고 있는데, 이런 걸 사 먹어도 되나?’
그리고 곧, 할머니의 손에 쥐어진 천 몇백 원이 떠올랐다.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마 오늘 한 끼 식사,
아니면 더위 속에서 잠깐 목을 축일 시원한 음료 정도일 것이다.
그분에게는 하루를 버티는 작은 숨구멍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몸이 좋지 않다.
정신 건강도, 마음의 여유도 예전만 못하다.
자율신경 실조증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이렇게 힘든 이유가
‘환경이 너무 좋아서 불필요한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을 보며 불행을 느낀다.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돌아보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습관이 쌓이면,
나는 끝없이 불행한 사람이 된다.
물론 ‘나보다 힘든 사람을 보며 안도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을 균형 있게 바라보게 된다.
내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내가 얼마나 한쪽 방향만 보며 달려왔는지 깨닫게 된다.
세상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각자도
인생을 바라볼 때 높은 곳만 보지 말고,
낮은 곳도 함께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어쩌면 내 삶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나는 부족한 것만 붙잡고
그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집착했다.
그 태도가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인생은 짧다.
중요한 건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나만 생각하고 부족한 점만 바라보면
불행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니 가끔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고,
뒤를 돌아보며,
‘비교 우위’가 아닌 내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그 본질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 생각이 바뀌면,
내 불행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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